잠실 성추행으로 짓밟힌 치어리더의 인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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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는 치어리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6년 10월 1일. 잠실구장에선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는 4위 수성을, SK는 5위 탈환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결과는 SK의 5대 0 승리.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사건이 터졌다. 경기가 종료된 뒤 3루 응원단상을 지나 여자 화장실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구장 밖으로 나가려던 관중은 이 소릴 듣고 혼란에 빠졌다. 얼마 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피해 여성은 당시 느낀 충격을 호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비명을 지른 이는 SK 치어리더 A 씨로 밝혀졌다. 경기 종료 후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3루 쪽 화장실로 이동하던 A 씨는 통로를 지나던 중 LG 유니폼을 입은 30대 남성으로부터 기습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A 씨의 신체 일부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A 씨는 가해 남성에게 "뭐 하는 거냐"고 소릴 질렀고, 때마침 근처에 있던 SK 구단 직원의 도움으로 가해 남성을 제압할 수 있었다. 가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게 검거돼 관할 지구대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많은 남성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치어리더는 역설적이게도 그 시선과 관심 때문에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모 구단의 치어리더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적지 않은 치어리더가 늘 불안한 마음으로 응원 단상에 오르고 있다"며 "신체 일부를 만지고 도망가거나 몰래 카메라로 은밀하게 촬영하는 남성 팬들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성추행에 A 씨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SK 구단 관계자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시 근처에 내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게 사건 현장에 도착했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 모른다”며 “피해자 A 씨의 충격이 큰 것 같다. 현재 심리적으로 극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이어 “구단은 A 씨가 원하는 대로 모든 상황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전한 뒤 “여성들에겐 치욕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피해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신경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 신변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 그들의 안전과 보호는 어디에? 
야구장의 꽃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 수려한 외모의 화려한 춤사위는 그녀들만의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누구보다 약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들은 언제나 범죄의 타겟이 된다. 그만큼 각별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사진=SK)

야구장을 찾는 또 다른 재미. 바로 ‘응원전’이다. 그 가운데 치어리더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치어리더를 "야구장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구장의 꽃"인 만큼 요즘 치어리더들은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야구장 한편엔 그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리고, 특정 치어리더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이도 꽤 많다. 응원단을 응원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는 치어리더들의 안전 문제이다. 높아진 인기에 비해 "치어리더 안전"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오랜 경력의 한 치어리더는 "술에 취했거나 일부 변태적인 성향의 일부 팬은 경기 내내 치어리더를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음란한 이야기를 하기 일쑤다. 어떤 팬들은 치어리더를 유흥업소 종업원 대하듯 한다. 이런 팬들은 치어리더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생각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며 "심지어는 구장서부터 미행해 집까지 쫓아오는 팬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지만, 치어리더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잠실구장 성추행 사건만 해도 그렇다. 잠실구장엔 원정팀 치어리더들이 사용할 대기실이나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공연 의상을 갈아입으려면 일반 관중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한다. 인적이 없는 후미진 화장실의 경우 화려한 의상을 입은 치어리더는 곧바로 위험에 노출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지켜보는 응원 단상이라고 별 다를 건 없다. 치어리더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누군가 단상으로 뛰어들어도 그 상황을 막아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주변에 보안요원이 없기 때문이다. 
LG "치어리더 보호? 그건 오버다. 우리가 중간에서 왜 나서나?" 2016년 6월 2일 잠실야구장.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 시작 무렵부터 3루 쪽 응원석에선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2016년 6월 2일 잠실야구장.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 시작 무렵부터 3루 쪽 응원석에선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관중을 왜 때려’라는 소리가 들렸고, 이곳저곳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곤 보안 요원과 응원석에 있던 KIA 팬이 뒤섞여 주먹다짐을 벌였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상 물체"에 가격 당한 보안 요원은 피를 흘리며 의무실로 옮겨졌다(사진=엠스플뉴스)

잠실구장 치어리더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며 정작 기자가 놀란 건 홈구장 책임자인 LG 구단의 시각과 자세였다. 특히 홍보 책임자의 왜곡된 성 의식과 문제에 접근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고 크게 놀랐다. LG 홍보 책임자는 구장에서 벌어진 치어리더 성추행 사건을 어디서나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일로 치부했다. 또한, 기자에게 이 문제를 조용히 넘어가 줄 것을 은밀하게 속삭였다.  2일 이형근 LG 홍보팀장은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성추행) 사건은 우리가 중간에 나설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지하철 쪽이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성추행범과 성추행당한 사람이 직접 경찰을 불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그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팀장은 “이번 일은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성추행당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치어리더를 위한 보안 동선은 어딜 가도 없다. 그렇게 보호를 하려면 대통령 경호처럼 줄을 "죽" 늘어서서 지켜야 한다.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해줄 순 없다. 그건 ‘오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원정팀 치어리더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현실과 응원단상에 주변에도 보안요원이 없어 늘상 치어리더들이 위험에 노출된 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이 팀장은 “사실 (성추행범이) 우리 LG 팬인지인지도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LG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며 성추행 사건을 정체불명의 팬이 저지른 해프닝쯤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거듭했다. 놀라운 건 그 다음 발언이었다. 이 팀장은 “이 건은 기삿거리도 아니다. 많고 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런 사건은 포털사이트에서 기사화되지 않는다”고 목소릴 높였다. 구단 홍보 책임자가 뉴스의 선원드 라인까지 제시한 것이었다. LG 구단의 안전 불감증은 6월 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출된 바 있다. 당시 흥분한 관중과 화를 참지 못한 보안 요원의 충돌로 잠실구장은 피로 얼룩졌다. 물리적 다툼을 제지하던 20대 초반의 한 아르바이트 보안요원은 ‘이상 물체’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의무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가해자는 아직도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홈구단인 LG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섰다면 벌써 가해자를 찾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구단 직원이 아니고, "을"의 입장인 아르바이트 보안요원이기에 LG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A 씨는 성추행 사건의 공포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응원단상에 오를 때마다 A 씨는 계속 불안함을 느낄지 모른다. 구장 내 성추행 사건을 늘상 일어나는 소소한 일로 인식하고, "포털사이트에 기사화되지 않는 일"쯤으로 취급하는 구단이 있는 한, 구장 내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 될 것이다. 야구장에서 보호받아야할 대상은 선수뿐만이 아니다. 치어리더처럼 대중에게 알려지고,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들이야말로 우선적인 보호 대상이다. 구장 내 사건, 사고의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들이었다. LG의 태도는 그래서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1002113725028&RIGHT_COMM=R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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