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 끝에 수류탄? 고래잡이가 '잔혹'한 이유 ..

0 1,592


고래를 어떻게 잡는지 아시나요?

가장 많이 포경 대상이 되는 밍크고래를 예로 들어보죠. 성인이 된 밍크고래는 몸길이 6~7m, 몸무게는 14톤까지 나갑니다. 뭍으로 건져 올려놓고 보면 정말 집채만한 크기죠.

그런 고래를 그물로 잡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포경선은 그물 대신 아주 특수한 장치를 달고 있습니다. 바로 ‘작살포(grenade-armed harpoon)’입니다. 쉽게 말해 수류탄이 장착된 작살이죠.

미국의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가 밝힌 고래잡이 방식은 이렇습니다.


대형 포경선과 소형 고속정이 편대를 이룹니다. 모든 배는 작살포를 장착하고 있죠. 한 발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최소 두 발씩 준비합니다. 음향탐지기로 고래를 쫓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싶으면 작살포를 쏩니다.

작살은 고래 몸속을 30㎝ 정도 파고 들어간 뒤 그 안에서 수류탄이 터집니다. 피부는 너덜너덜 처참하게 찢어지고, 상처 사이로 피가 어마어마하게 흘러나오죠.

고래 몸집이 워낙 커서 작살포 한 방으로 뇌라든가 심장과 같은 급소를 맞히기는 불가능합니다. 고래가 머리를 수면 아래로 처박고 더는 숨 쉬지 않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작살포 공격을 멈추지 않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는 고래가 위급한 상태에서는 인위적으로 심장 박동을 늦출 수 있으므로, 겉으로 죽은 것 같아도 살아 있는 시간은 훨씬 길 것이라고 말합니다.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 대표적인 포경 국가 "일본"…정작 고래를 먹지 않는다?

국제 여론의 비난에도 꿋꿋하게 포경을 계속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죠.

일본은 한때 지나친 남획으로 국제 재판에 부쳐지기도 했죠. 지난 201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 정부에 포경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이후 일본은 고래잡이를 멈추는가 싶었는데, 이듬해 슬그머니 포경 재개 계획을 내놨습니다. 매년 333마리만 잡겠다는 거였죠. 고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 목적’이라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 일본 정부 ]
“어떤 먹이를 얼마나 먹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다. 고래의 생태를 연구하면 나머지 고래들의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일본의 태도에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포경을 반대하는 호주는 굳이 죽이지 않고도 고래 생태를 연구할 수 있다고 일본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특히 일본이 밝힌 333마리는 연구용 목적이라기에는 살육 규모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를 빙자해 상업포경을 계속하겠다는 얄팍한 꼼수라는 것이죠.

그런데 상업포경이라고 비난하기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은 고래 고기를 거의 즐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본인 100명 중 95명은 평생 고래 고기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는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죠. 과거 고래 고기를 즐기던 일본인의 식습관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1인당 고래 고기 연간 소비량은 1.9kg이었지만, 2015년 30g으로 거의 1/10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일본의 츠키지 수산시장에서도 고래 고기를 파는 곳은 단 두 곳뿐입니다.

잔인한 방법으로 잡은 고래들이 연구용도, 상업용도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상황. 대체 일본은 무슨 이유로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래를 잡는 걸까요?


● 일본의 꼼수…사실은 정치 목적?

알쏭달쏭한 일본의 포경 이유에 대해 한 외국 언론은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일본이 고래잡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관료주의와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래와 정치가 무슨 상관이지?’ 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분도 계실 텐데, 들어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BBC는 일본 정부가 포경 사업을 접으면 당장 농림수산성 산하 포경 부처 예산이 깎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럼 관료들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그들의 연금이나 수당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치인에게도 포경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방송은 전합니다.

어업 종사자 비중이 높은 지역구 의원일수록 포경 사업을 계속하라는 구민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에 포경을 계속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죠.

이를 두고 뉴욕 타임스의 한 편집장은 일본 농림수산성이 ‘일본의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비밀주의가 강한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5일 일본은 남대서양에 고래 보호구역을 지정하자는 국제포경위원회의 안건 표결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안건은 64개 회원국 중 75%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고 부결됐습니다.

고래들의 운명,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Comments